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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타 한마리 되어
잡담 雜 |
2007/10/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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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아마, 내가 이승환을 제일 먼저 '인지'하게 된것은, 열다섯(혹은 열넷)의 불면증(그 때 우리 집안 사정은 제법 심란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 노래를 통해서였다. 물론, 그 전에도 이승환은, 너무나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그는 이적이 진행하는 별밤에 종종 나오는, 심지어는 그날 게스트가 아닌데도 등장하곤 하는 말빨 있는 사내(?)였다.), '호흡하는 이승환'이 내 곁에 훌쩍 다가온 것은 이 노래가 아마도 처음인가. 그때 아마도 별밤에서 주최한 유재하추모어쩌구가 있었고, 1부엔 김동률과 이적이, 2부엔 이승환이 나왔을게다.(그 반대일수도 있었겠지만, 설마 "이승환"이 1부에 나왔을까?)
머리맡에 둔 양파의 시큼한 냄새와, 계속계속 만질거렸던 까슬한 이불과, 가끔 울기도 했었지. 그리고 이승환이 있었다. "살았어야 했는데 아까워-" 관객들이 함께 외치는 이 부분이 정말로 난 인상깊었다..........................도대체 뭐라고 소리지르는거야!?
내가 중삼이 되고, 이승환이 육집을 내고, 나는 '객기도 한번 쯤 부려보며 살았어야 했는데 아까워'라는 가사를 가사집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가사집이 없었다면 절대로 영원히 알 수 없었을것이라, 이승환의 부적확한 발음과, 그 부분만 되면 마이크를 넘기는 무대맨훠에 걸고 맹세한다.),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열여섯살의 나는 당연히도, 서른 다섯살이 이십대를 추억하며 부르는 노래를 전혀 이해할수 없었다. 아니, 실은 '전혀'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열여섯의 난, 그리고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나는 "혼돈과 질주로만 가득한 터질듯한 머릿속"이 "고통을 호소하는데, 내 곁엔 아무도" 없었으므로. 난 필요 이상으로 조숙했던가. 아니, 조숙해질것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스무살이 된 지금, 이제 겨우 스물 한살이 되어가지만, 조금씩 조금씩 알것 같기도 하다. 열여덟의 내가 완전히 포기했었던 ("퍼렇게 온통 다 멍이"들고 "억지스"럽기까지 한) 기대와 (비록 "뒤틀려"졌을 망정의) 희망들을 이젠 "품고 살"기 때문이다.
난 오래오래 곱씹는다. "객기도 한번 쯤 부려보며 살았어야 했는데 아까워" 언제쯤 알게 될까? 붉은 낙타 한마리 되어 은빛사막으로 갈때 쯤?
이승환 바보!
(게시판 구성을 바꾼지 오래되어서 이걸 찾느라 한참 해맸다. 분명히 쓴 기억은 나는데 글이 없어서.... 쓴 기억이 나는게 용타.)
한 번씩 이 노래를 되새김질 하게 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는 정말로 1년에 한번 꼬박꼬박 관련 포스팅을 했던 듯. 예전에 이 노래를 가지고 어쩌구저쩌구 써놓은걸 보면 참, 나는 나이를 많이도 먹었구나.
노랫 속에서 이승환이 한참 아쉬워하던 20대의 중반에 와서야 생각하건데, 이제야 내 나이때의 이승환이 아둥바둥거리며 헤치고 지나가 돌아보며 아쉬워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2003년 당시에 머리로 알던 것 말고, 내가 하는 고민들을 너도 했었구나 하는 느낌. 내가 30살이 되어서 내 20대를 반추해 볼만한 여력이 생기면 나도 그제야 이승환 이자식 이것도 별 수 없는 30대 초반이었구만,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less.. 퍼렇게 온통 다 멍이 든 억지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품고 살던 내 20대 그땐엔
혼돈과 질주로만 가득한 터질듯한 내 머릿속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내 곁엔 아무도
나는 차라리 은빛사막에 붉은 낙타 한마리되어
홀로 아무런 갈증도 없이
시원한 그늘 화려한 성찬 신기루를 쫓으며
어디 객기도 한번쯤 부려보며 살았어야 했는데 아까워
안돼라고 하지 못한 건 허기진 내 욕심을 채울 착한 척 하려한 나의 비겁한 속셈일뿐이야
장미빛 미랜 저만치서 처절하도록 향기로운 냄새로 날 오라하네 이리 오라하네
난 가고 싶어 은빛사막으로 난 가고 싶어 붉은 낙타 한마리되어
가사의 내용이 '이해'가 되는 것과 가슴에 들어차는 것은 약간 다르다. 대학에 갓 입학한 나는 '퍼렇게 온통 다 멍이 든 억지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신기해라 하며 품고 살았더랬다. 그 후로 4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객기도 한번 쯤 부려볼' 타이밍을 허거덩 놓쳐버린채, 처절하도록 향기로온 장미빛 미래를 좇고 있나보다.
음, '장미빛 미래~' 이 부분의 가사는 그동안 아무 느낌 없이 스윽 부르고 지나가던 부분이었는데 이제야 갑자기 무슨 말인지 알아버리겠네. 4년 후의 나는 또 어떤 구절을 가슴에 담으려나. '안돼라고 하지 못한건-'이 부분, 아직은 나 별 느낌이 없다. 그 때쯤은 알게 될까.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건, 여전히 나는 붉은 낙타 한마리 되어 은빛 사막으로 가고 싶다는 것이다. 하하하. 그 때는 그것이 사회 진보의 꿈이었고, 지금은 도피라는게 조금 다르긴 하다.
홀로 아아아아아무런 갈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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